변호사를 이십여년 해도 늘 변호사 보수를 약정할 때는 자연스럽지 못하다.
지식을 파는 상인이 되는 상황이고 거기서는 물건을 사고 팔거나 서비스를 두고 가격을 흥정하는 본질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. 오늘 11시에 미국의 절친한 형님과 그 매제 되시는 분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서 confrernce call 을 하기로 되어 있다.
그 매제 되시는 분은 아직 한번도 접한 적이 없지만 어릴 적에 미국으로 가서 그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철저히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. 나로서는 차라리 fee 를 정하고 토론하는 자리이니만큼 그 미국식 매제가 더 나을 수도 있다. 한국에서의 변호사 선임료 관행과 미국에서의 선임료 관행이 약간 다르기는 하나 거의 비슷하다.
도리어 미국식 변호사 선임료 시스템이 내가 볼 때 더 나은 것 같다. 우리나라는 인간관계가 전제된 선임이 많고 이에 얽매이지만 미국도 물론 그렇지만 선임은 철저히 professional 한 것 같다. ㅎㅎ 우리 사고로는 너무 삭막한가?
우리 나라도 미국처럼 trust account 를 개설하여 선임하고 나면 당사자가 법정비용 등을 미리 그 계정에 넣어놓고 변호사가 그 목적의 범위 내에서 지출토록 하고 남으면 그 계정에서 곧바로 돌려주는 것이 얼마나 깔끔하고 합리적인가?
간혹 우리나라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돈을 횡령하여 처벌받는 경우가 있는데, 이 Trust account 제도는 매우 유효한 제도로 보인다. 왜냐면 자기 계좌에 섞여있는 돈과 달리 고객명의로 trust 된 돈은 그래도 함부로 손대기에 부담스럽지 않을까? 심리적 강제와 금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.
우리나라는 소송진행 중 새로이 비용이 발생하면 당사자에게 연락하여 납입하도록 하고 그 금액이 기 만원 정도인 수준일 경우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말하기 부담스럽다. 그러나 변호사는 한 의뢰인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이 기 만원씩 발생할 때마다 변호사가 부담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나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.
전에 조상땅찾기 소송할 때 피고가 사망하여 계속 그 후손(상속인)을 찾아가는 과정에 행정청에 사실조회나 문서송부촉탁을 하면서 피고가 약 13명인지 17명까지 증가하였고 그 과정에서 송달료만도 기 십만원이 발생하였는데, 법원으로부터 그 송달료를 납입하라고 보정이 와서 그 내용을 전달해줬는데도 당사자가 의심하면서 무슨 송달료를 또 내냐고 하여 바로 그날 사임해 버린 적도 있다.
미국은 100달러도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다.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다는 느낌이다. 우리는 10만원으로 할 것이 없다. 피부로 느끼는 물가가 너무 세다. 어찌되었든 미국에서 많은 배려와 친절을 받았는데 그 형님께 그 보답을 하여야 하고 그런 이유로 보수는 대폭 감액해 드릴 생각이나 그렇다고 하여 professional conduct 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.
그 형님도 그 매제도 그런 입장에서 접근해 오길 바란다. 나는 돈 때문에 사람과 불편한 사이가 되는 것이 매우 싫다. 그래서 되도록 지인이나 친인척들의 사건을 하지 않는다. 이번도 외면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죄송할 것 같아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. 그들도 나의 행동을 통해 그것을 보고 판단하였으면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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